2015. 11. 7. 16:54 정치/경제
스팸이 세계적으로 유행한 원인은 군대 때문?
최근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가 국내·외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육류 가공업체들은 물론 연구기관, 정부, 전문가까지 나서서 암 유발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햄을 비롯한 가공육이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가공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스팸’이다. 푸른색과 노란색 캔에 들어있는 햄고기인 스팸은 원산지인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반찬거리와 간식용으로 인기다.
스팸은 1937년 미국 호멜(Hormel)식품에서 처음 출시했다. 햄과 다진 돼지고기를 섞어 캔에 담은 스팸은 대공황의 여파가 남아있던 1930년대 후반 미국 저소득층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1939년에 발발한 2차 세계대전은 스팸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당시 미군은 전투식량을 만들어 장병들에게 지급했다. ‘C-레이션’으로 불린 전투식량은 빵과 고기, 야채와 커피, 설탕, 소금 등이 들어있었고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C-레이션은 장기간 섭취할 때 영양 불균형이 발생했고, 같은 메뉴에 질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때 미군 장병들의 배를 채워준 것이 바로 스팸이었다.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배고프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고기였기 때문이다.
미군 장병들이 스팸을 즐겨먹으면서 미군이 가는 모든 나라에 스팸이 전파됐다. 유럽은 물론 태평양의 작은 섬에 이르기까지 스팸은 조리와 보관이 쉬운 음식으로 각광받았다.
우리나라에 스팸이 들어온 시기는 1950년대 6.25 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한미군 PX에서 암시장으로 밀반출된 스팸은 한국인들이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고기였다. 때문에 부유층만이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스팸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은 미군부대 쓰레기통을 뒤져 스팸이나 소시지, 반쯤 먹다 버린 햄버거 고기, 베이컨 등을 모아서 식당에 팔기도 했다. 여기에 김치를 섞어 만든 찌개가 바로 ‘부대찌개’다. 햄이 주로 들어간 ‘존슨찌개’도 있는데 이는 1966년 방한해 미국의 경제원조를 약속한 린든 존슨 대통령을 기념해 붙인 이름이다.
우리가 오늘날 흔히 보는 스팸의 모습은 1980년대 완성됐다. CJ(옛 제일제당)가 1986년 호멜사와 제휴해 현재의 스팸을 출시한 것. 비록 웰빙 열풍이 불면서 스팸의 인기가 주춤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의 밥상에는 스팸이 계란프라이와 함께 인기 메뉴로 자리잡고 있고, 명절에는 상대방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스팸 선물세트가 여전히 오간다.
몇 년전 군대 음식 중 하나로 ‘스팸 뽀글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봉지라면을 컵라면처럼 조리한 것에 스팸을 넣은 것이다. 과거에는 뽀글이가 널리 쓰였지만, 현재는 PX에서 뽀글이용 라면이나 누룽지 등을 판매하고 있어 봉지라면을 이용한 뽀글이는 예전보다는 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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